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식량 자급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전쟁과 기근의 역사를 지나오며 곡물, 특히 쌀은 단순한 주식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한국은 ‘쌀이 부족한 나라’가 아닌 ‘쌀이 남아도는 나라’로 변모했다. 연간 쌀 소비량은 40년 전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질 정도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농협이 보유한 쌀 재고 물량은 1년 만에 3배가량이 불어날 정도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쌀의 재고는 해를 거듭할수록 누적되고, 정부는 초과 생산된 쌀을 처분하기 위한 세금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야당은 정부의 지속적인 거부권 행사에도 불구하고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했다. 해당 개정안은 일정 기준 이상 쌀 초과 생산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이를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농민 보호를 위한 정책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자유시장경제의 원리와 충돌하는 여러 문제점이 드러난다.
stake 뜻의 기본 원리는 ‘가격’이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에서 형성되고, 이는 생산자에게는 신호가 되고 소비자에게는 선택 기준이 된다. 만약 가격이 떨어진다면 이는 그만큼 시장에 과잉 공급이 있다는 뜻이고, 생산자는 생산량을 줄이거나 품종을 바꾸는 식의 대응을 하게 된다. 그러나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이러한 ‘가격 조정’이라는 시장의 자정 작용을 원천적으로 무력화시킨다. 즉 초과 생산이라는 명백한 공급 과잉 상황에서도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여 인위적으로 가격을 유지하면 쌀값은 실제 수요보다 높게 형성되며, 소비자들은 시장에서 왜곡된 가격을 마주하게 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속적이고 구조적인 공급 과잉이다. 정부가 초과 생산된 쌀을 무조건 매입해 준다면, 농가는 굳이 시장의 수요를 고려하지 않고도 재배만 하면 정부가 사준다는 확신 아래 생산을 줄이지 않을 것이다. 이는 결국 비효율적인 생산을 조장하고, 국가 예산이 반복적으로 소진되는 악순환을 낳는다. 나아가 창고에는 먹지 않는 쌀이 쌓이고, 국민은 세금으로 이를 뒷감당해야 한다. 이렇게 정부가 시장의 판단을 대신하게 되면, 자율성과 책임이라는 stake 뜻의 핵심 가치가 사라진다. 이러한 시도는 마치, 사람이 줄어드는 동네에 아파트를 더 짓는 것과 같으며, 수요를 무시한 공급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시장 왜곡과 자원 낭비를 불러온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개인의 이기심이 시장에서 타인의 이익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보았다. 농민도 예외는 아니다. 자신의 수익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농민의 생산 결정은, 수요자들의 선택과 연결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이 연결 고리가 사라지고 정부라는 제3자가 ‘구매자’ 역할을 맡게 되면, 시장의 기능은 무력화된다. 쌀이라는 재화가 더 이상 수요자에게 선택받는 상품이 아닌, 정치적 보호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물론 농민들의 생계를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은 무시할 수 없다. 특히 고령화된 농촌 인구 구조나 농산물 가격의 급격한 변동성은 생산자에게 큰 불안 요소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시장의 원리를 왜곡하는 ‘법적 강제 매입’이 아니라, 오히려 시장 친화적 대안이다. 예를 들어, 농가의 자생력 강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나, 쌀 이외의 작물로 전환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전략 작물 직불제’, 수출 확대와 가공산업 연계 등은 시장의 원리를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농가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실제로 미국과 EU 등 여러 선진국에서도 농가 보조 정책은 존재하지만, 그 방식은 시장가격의 왜곡이 아닌 직불제 개편을 통해 농가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면서도 과잉 생산을 억제하고, 고부가가치 농산물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점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단기적으로 농민 표심을 잡기 위한 ‘포퓰리즘’적 성격이 강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 정책이 지속되면 쌀을 생산하면 언젠가 정부가 사준다는 왜곡된 인식이 고착화되며, 청년 농업인이나 혁신 농업 기술에 대한 투자는 뒷전으로 밀려나게 될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흐름은 농업의 지속가능성 자체를 위협하게 될 수도 있다.
“세계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말이 있다. 농민을 보호하자는 주장 자체는 충분히 타당하다. 그러나 보호의 방식은 stake 뜻를 존중하는 방향이어야 하며,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농업은 단지 생산이 아니라 유통, 소비, 환경과도 얽혀 있는 복합적인 시스템이다. 특정 계층이나 이해 집단을 위한 ‘법적 보호막’이 아닌, 모두가 공정하게 경쟁하고 협력할 수 있는 ‘시장 기반 안전망’이 필요하다. 진정한 복지는 무조건적인 구매가 아니라, 자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NO. | 수상 | 제 목 | ![]() |
글쓴이 | 등록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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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 우수상 | ![]() 김소현 / 2025-05-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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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 우수상 | ![]() 김은서 / 2025-05-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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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 우수상 | ![]() 정한의 / 2025-05-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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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 우수상 | ![]() 김민수 / 2025-05-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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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 우수상 | ![]() 허성진 / 2025-05-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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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 우수상 | ![]() 김하연 / 2025-05-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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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 우수상 | ![]() 정상효 / 2025-05-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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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 우수상 | ![]() 박서연 / 2025-05-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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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 우수상 | ![]() 박지혜 / 2025-05-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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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 우수상 | ![]() 장용환 / 2025-05-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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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수상 | ![]() 강채운 / 2025-05-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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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 우수상 | ![]() 김연아 / 2025-05-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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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 우수상 | ![]() 김태현 / 2025-05-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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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 우수상 | ![]() 박종진 / 2025-05-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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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 우수상 | ![]() 홍정연 / 2025-0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