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은 고요했다. 낮은 조명 아래 걸린 작품들은, 시간 속에서 가치가 변해온 흔적을 품고 있었다. 우리는 종종 가치를 읽지 못하고, 실패를 통해서야 깨닫는다. 이곳은 시장처럼 오류와 발견이 교차하는 공간이었다.
처음 마주한 작품은 빈센트 반 고흐의 「붉은 포도밭」이었다. 생전에 유일하게 판매된 그의 그림이다. 거칠게 발린 붉은 색과 기울어진 햇빛은 강렬했지만, 당시 시장은 이를 알아보지 못했다. 정보가 불완전할 때 시장은 왜곡된다. 중고차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결함을 의심하듯, 경제학은 이를 정보 비대칭이라 부른다. 판매자는 진실을 알지만, 구매자는 알지 못한다. 기대와 신뢰, 판단이 모여 형성된 가격 신호는 정보 비대칭이 심할수록 흐려진다.
고흐의 그림은 진짜 가치를 지녔지만, 시장은 외면했다. 그러나 자유시장은 오류를 영구화하지 않는다. 감상과 평가가 축적되면서 잘못된 신호는 서서히 교정된다. 실패는 학습으로 전환되고, 시장은 가격 신호를 조정하며 복원해 나간다. 왜곡된 가격은 손실을 통해 교정되고, 자원은 다시 가치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은 단순하지 않다. 가격 왜곡이 바로잡히는 동안, 자본은 비효율적 투자에서 철수하고, 새로운 기대 아래 다시 분배된다. 시장은 무지하지만, 학습할 수 있다.
시간이 흐르고, 시장은 또 다른 도전에 직면했다. 다음 방에는 미국 연방미술프로젝트(WPA, 1937년)의 벽화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대공황기, 정부는 예술가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며 직접 미술을 생산했다. 벽을 채운 작품들은 성실했지만, 생명은 없었다. 정부는 시장 실패를 보완하려 했지만, 가격 신호 없이 공급을 늘렸고, 결과는 수요를 읽지 못하는 무기력이었다.
시장 실패는 시간이 걸려도 교정될 수 있다. 그러나 정부 실패는 다르다. 관료제는 외부 신호에 둔감하며, 실패를 스스로 바로잡을 유인이 약하다. 공공선택론이 지적하듯, 정부는 실패로 인한 비용을 직접 부담하지 않기 때문에, 오류가 수정되지 않고 제도화된다. 실패는 남고, 자원은 비효율적인 상태로 묶인다. 잘못된 정책은 생명을 얻고, 실패는 체계 안에 뿌리내린다.
다음 방, NFT 아트가 벽면을 채우고 있었다. NFT 열풍은 정보 비대칭과 군중 심리가 함께 작용한 시장 실패였다. 상품의 내재 가치는 불투명했고, 초기 기대는 비현실적으로 증폭되었다. 네트워크 효과에 기대어 가격은 부풀었고, 본질 없는 투기가 쏟아졌다. 자유로운 시장에서도 정보 부족과 집단 심리는 시장을 쉽게 무너뜨릴 수 있다. 자유는 오류를 막지 못한다.
폭락은 순식간이었다. NFT 광풍은 붕괴했고, 남은 것은 부서진 기대와 무너진 가격뿐이었다. 그러나 자유시장은 실패를 숨기지 않는다. 손실은 신호를 정정하고, 고통은 학습을 촉진한다. 시장은 허무 속에서도 가라앉지 않는다. 의심과 질문을 품은 반복 속에서, 시장은 천천히 내재된 가치를 찾아간다. 실패한 투자 경험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본질을 다시 묻는 기준을 남겼고, 다음 선택의 방향을 조금씩 바꾸어 나간다.
시장 복원은 빠르지 않고, 완벽하지도 않다. 가격 신호가 회복되는 동안 수많은 조정과 손실이 뒤따르지만, 교정 과정은 멈추지 않는다. 시장은 실패를 드러내고, 다시 가치를 찾아간다.
시장과 정부 모두 실패한다. 그러나 정부 실패는 고착되고, 시장 실패는 수정 가능성을 남긴다. 시장에 필요한 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실패를 허용하는 자유다.
전시의 마지막 방.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 조용히 걸려 있었다. 짙은 남색 하늘, 소용돌이치는 별빛, 그리고 가라앉은 마을. 「붉은 포도밭」과 「별이 빛나는 밤」은 같은 손에서 나왔지만, 전혀 다른 운명을 겪었다. 시장은 고흐를 외면했다가, 다시 발견했다. 이 발견은 정부의 보호나 계획이 아니라, 수많은 개별 감상과 자유로운 선택의 결과였다. 실수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는 과정 속에서 시장은 진짜 가치를 찾아냈다.
전시장을 나서며, 두 그림을 떠올린다.
시장은 실패 위에 서서 다시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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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등록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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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 최우수상 | ![]() 이승환 / 2025-0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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